Short story) 강철 무지개와 얼음 성소의 전설

<강철 무지개와 얼음 성소의 전설>
 
1장: 고원의 도전과 얼음 성소
북방의 끝없는 고원은 차가운 바람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몰아치는 황량한 곳이었다. 하늘은 뿌연 회색으로 내려앉아 있었고, 땅은 얼음과 바위가 뒤엉켜 끝없는 설원처럼 보였다. 이런 곳에서 사람은 목숨을 잃기 쉬웠지만, 한길수는 담담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얼굴에는 얼음 조각이 달라붙어 얼룩져 있었고, 입술은 터져 말라 있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봐, 이왕 얼어 죽을 거라면 제대로 된 눈싸움이라도 벌어져야 하는 거 아니야?” 그는 혼잣말을 하며 두터운 털옷 속에서 손을 빼냈다. 마치 누군가와 싸우기라도 할 것처럼 손에 눈을 모아 작은 공을 만들고는 멀리 던졌다. 그 작은 눈덩이는 바람에 휩쓸려 눈사태가 일어날 듯이 흩어져 사라졌다.

한길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래, 진짜 우스운 농담이군.” 하지만 그의 웃음 뒤에는 묵직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리움은 과거의 어느 날, 동생과 눈밭에서 웃고 떠들던 시절로부터 온 것이었다.

눈을 뒤덮은 고원의 중심부에는 푸른빛을 발산하는 신비로운 얼음 성소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성소는 한길수에게 있어서는 목표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다가가면 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고, 몸은 얼음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한기와 싸워야 했다.

성소의 입구에는 서릿결이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길게 늘어뜨린 은빛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차가운 눈으로 한길수를 내려다보았다. 서릿결의 눈은 마치 겨울의 끝없는 밤처럼 깊고 차가웠다. 그의 손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고, 그 끝은 푸르게 빛났다.

“이곳에 들어서려는 자여, 웃음과 용기를 갖추고 있느냐?” 서릿결의 목소리는 메마른 바람에 실려 차갑게 울렸다.

한길수는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웃음은 충분하니까 한 번 시도해 보자고, 어떻게 생각해?” 그는 입가를 비틀며 장난스레 대답했다. 하지만 서릿결의 얼굴에는 일말의 미소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을 벗어나려면 진정한 웃음을 찾아야만 한다.” 서릿결은 지팡이를 한 번 휘둘렀고, 순간 땅이 갈라지며 얼음의 망령들이 그 틈새에서 솟아올랐다. 그들의 눈은 얼음 결정처럼 차갑고 빛났다. 한길수의 온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망령들의 속삭임이 귓가에 메아리쳤다. “네가 버린 기억, 네가 잃어버린 그 웃음은 어디에 있지?”

한길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과거의 따뜻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린 동생이 눈밭에서 웃으며 자신에게 던졌던 그 눈덩이. 그 순간의 기억이 마치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나 그 기억 속에서 한 줄기 미소가 올라왔다. 망령들은 그 미소를 알아차린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웃음이 어디 있냐고? 여기 있지.” 한길수는 크게 외쳤다. 그의 소리에 망령들은 희미하게 흔들리더니 서서히 사라졌다.

서릿결은 그의 반응을 눈여겨보며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시작일 뿐이다.” 서릿결은 차갑게 내뱉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한길수는 그 눈동자 깊숙이 묻힌 감정의 불씨를 놓치지 않았다.
 
 
 
2장: 첫 번째 시련 – 망령의 속삭임
한길수는 얼음 망령들이 사라진 후, 헛헛한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꿇었다. 가슴이 빠르게 뛰었고, 추위는 그의 피부를 넘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 줄기 따뜻한 기억이 그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었다. 과거 동생과 함께 웃고 놀던 날들이 이제는 아련한 환상이 되어 그의 눈앞을 스쳤다.

“이 정도로 네 마음을 시험할 수는 없겠지.” 서릿결의 목소리는 성소의 벽에서 울려 나왔다. 그는 한길수를 냉정하게 내려다보며,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지팡이를 다시 들어 올렸다. 주변의 기운이 바뀌며 공기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 순간, 찬서리가 바람과 함께 나타났다. 고원의 정령인 그는 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며 한길수의 곁에 섰다. “이제 알겠니? 이곳의 시험은 네가 가진 가장 어두운 기억을 시험하려고 한다는 것을.” 찬서리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눈빛은 오랜 세월 고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의 눈이었다.

“웃음을 잃으면 기억이 희미해지지. 하지만 너는 포기하지 않았어.” 찬서리의 말에 한길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다시금 결의가 스쳤다.

“그럼 계속하지.” 한길수는 얼어붙은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의 손가락 끝은 얼음에 닿아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서릿결은 잠시 말을 멈추고, 찬서리의 등장을 바라보았다. 서릿결의 표정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고원에서 수세기 동안 수호자로 남아 있던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찬서리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 것이다.

“네가 도와줄 줄이야, 찬서리.” 서릿결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음성에는 질투인지 후회인지 모를 감정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길수를 향해 지팡이를 뻗었다. “하지만 다음 시험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성소의 벽이 떨리며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길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아 움직이는 얼음 바위들이 하나둘씩 성소의 내부에서 솟아올라, 거대한 괴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얼음과 바람의 힘으로 빚어진 존재로, 오랜 시간 성소를 지켜온 수호자들이었다.

“이번엔 너 혼자 극복해야 할 시험이다,” 찬서리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속삭였다. “난 이곳의 규칙을 어길 수 없으니까.”

한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눈앞의 얼음 괴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며 거대한 손을 내밀었다. 눈보라가 그 손끝에서 흩날렸고, 추위는 살을 에일 듯했다.

한길수는 입가를 비틀며 짧게 속삭였다. “그래, 고원의 차가운 마음도 결국 녹을 수 있어. 나만 해도 증명이잖아.” 그는 한 번 크게 웃으며 얼음 괴수의 앞에 섰다.

 
 
3장: 웃음과 과거의 기억
얼음 괴수가 거대한 손을 내리치자, 땅은 쩍하고 갈라지며 차가운 바람이 한길수의 얼굴을 휘감았다. 한길수는 빠르게 몸을 굴려 충격을 피했지만, 그 여파로 균형을 잃고 다시 얼어붙은 땅에 넘어졌다. 온몸이 떨리고, 숨이 거칠게 몰아쉬어졌다.

“생각해, 길수야. 어떻게 이겨낼지 생각해야 해.” 그는 자신에게 말하며 손을 뻗어 다시 일어섰다. 두려움이 밀려들었지만, 그 감정의 중심에는 또 다른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형제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한길수의 마음에 희미한 아픔과 동시에 따뜻한 빛을 남겼다.

얼음 괴수는 다시 발을 구르며 진군했다. 바닥에서부터 기세 좋게 일어난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며 몸을 위협했다. 한길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웃음. 그것이 이 시험의 열쇠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웃음이라니,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순간, 한길수의 귀에 동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형, 정말 이게 최선이야?” 아직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눈밭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했던 장난들,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흥얼거리던 노래들, 그 모든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는 쓸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한 번 해보자고.” 한길수는 고개를 들어 얼음 괴수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봐, 너도 한 번쯤은 놀아보고 싶지 않니?”

그는 용기를 내어 발을 굴렀고, 눈밭 위에 빠르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것은 눈덩이였다. 얼음 괴수가 그의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순간, 한길수는 눈덩이를 힘껏 던졌다. 눈덩이는 괴수의 얼굴에 부딪혀 작은 눈꽃으로 흩어졌다.

순간 얼음 괴수의 움직임이 멈췄다. 공기 중에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고, 망설임의 흔적이 괴수의 눈 속에서 번뜩였다.

그때, 성소의 높은 곳에서 서릿결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한길수의 행동은 그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서릿결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찬서리와 함께 고원의 언덕에서 웃고 떠들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의 웃음소리와 따뜻한 햇살이 순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어...” 서릿결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 속에는 차갑기만 했던 기운 대신 어딘가 감정이 섞여 있었다.

 
 
4장: 두 번째 시련 – 바위와 폭풍
얼음 괴수가 잠시 멈칫한 틈을 타 한길수는 숨을 고르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그는 손을 휘둘러 눈가에 붙은 얼음을 털어내고 다시 한 번 괴수를 응시했다. 눈보라가 다시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온도는 점점 더 떨어졌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따뜻한 불씨가 피어올랐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이군.” 한길수는 내뱉으며 조금 더 깊이 안으로 다가갔다. 괴수는 다시 움직임을 재개하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거대한 발걸음마다 땅이 떨리고 얼음 조각이 쏟아졌다. 한길수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려 충격을 피했지만, 등 뒤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를 얼어붙은 벽에 세게 밀쳤다.

땅에 부딪힌 한길수는 잠시 기절할 듯한 어지러움에 휩싸였지만,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정신을 되찾았다. 찬서리의 목소리였다.

“지금이야, 한길수! 이 길을 따라!” 찬서리는 그의 앞에 작은 바람의 길을 만들어냈다. 그 길은 얼음 괴수가 접근할 수 없는 성소의 깊은 틈으로 이어졌다. 한길수는 그의 지시를 믿고 몸을 굴려 그 길로 뛰어들었다. 거센 바람 속에서 찬서리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나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걸 통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한길수가 헐떡이며 물었다.

찬서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지금 단순한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 고원의 오래된 역사를 바꿀 열쇠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한길수의 앞에 빛나는 문양이 나타났다. 얼음 성소의 중심에서만 보일 수 있다는 전설의 문양이었다. 그 문양은 푸른빛을 뿜으며 그의 발밑에서 깜빡였다. 찬서리는 그 빛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 문양은 고원의 진정한 힘을 지닌 자에게만 보인다.” 찬서리의 눈빛은 한결 진지해졌다. “서릿결도 한때 이 빛을 봤지. 하지만 그가 감정을 잃고 얼음 속에 갇힌 후로는 아무도 다시 보지 못했어.”

한길수는 문양을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여기에 오기까지의 고난과, 지나온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그리워했던 동생의 웃음이 있었다.

“그럼 끝까지 가보자.” 그는 주먹을 꽉 쥐며 결의를 다졌다.

그때, 성소의 꼭대기에서 서릿결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빛나는 문양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은 차갑지만 어딘가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빛을 되찾으려고 네가 여기까지 왔구나.” 서릿결은 낮게 속삭였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갈등이 소용돌이쳤다. 얼어붙은 감정의 껍질이 그 순간 조금씩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5장: 찬서리의 도움과 고원의 비밀
한길수는 성소의 중심에 새겨진 푸른 문양 위에 서 있었다. 그 빛은 그의 발밑에서 맥박처럼 뛰며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찬서리는 한걸음 뒤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정령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듯한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수세기 동안 고원을 지키며 보아온 수많은 시도 중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이는 처음이었다.

“이 문양, 어떻게 해야 해?” 한길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찬서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빛은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너는 서릿결의 진정한 마음을 이끌어내야 해. 그의 감정이 풀리지 않으면 고원은 영원히 차갑게 잠들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성소의 벽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얼음과 바람의 굉음 속에서 서릿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에는 차가운 회색 빛이 담겨 있었고, 그 빛은 마음속 깊은 곳의 고통과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네가 여기에 도달할 줄은 몰랐다, 한길수.” 서릿결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의 손끝에서 얼음의 마법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 빛은 내 것이다. 나는 이 고원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했으니, 감정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한길수는 서릿결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그건 네가 스스로에게 한 거짓말이야! 네가 그 감정을 버렸다고 믿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고원의 모든 것이 널 부르고 있어. 네가 웃음과 따뜻함을 잃기 전의 네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서릿결의 눈에 순간 당혹스러운 빛이 스쳤다. 그는 몸을 살짝 떨었고, 차가운 눈 속에서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찬서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서릿결, 기억해.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을. 고원의 언덕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그 따뜻했던 순간들을.” 그의 말에 서릿결의 손끝에서 마법이 약간 흔들렸다.

그 순간 한길수는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혼자서는 이길 수 없어. 하지만 함께라면, 그 웃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아?”

서릿결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며 갑자기 성소의 빛이 강하게 반응했다. 그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것은 곧바로 얼어붙어 투명한 결정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미소를 담고 있었다. 서릿결은 그 눈물 속에서 스스로도 잊고 있던 감정을 느꼈다.
 
 
 
6장: 서릿결의 고뇌와 내면의 싸움
서릿결의 눈에서 흘러내린 결정이 얼어붙은 바닥에 떨어지자, 성소 안의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푸른 빛은 점점 강해지며 성소의 벽을 타고 번졌다. 한길수는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서릿결은 결정을 응시하며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이 스치고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고, 차갑게 닫아걸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던 찬서리와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들이 떠올랐고, 그것은 그가 버린 줄 알았던 웃음과 함께 되살아났다.

“나는…” 서릿결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던 얼음의 마법이 흐려졌다. “나는 모든 것을 지켜야 했어. 고원의 수호자라면 감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

한길수는 한 발짝 다가섰다. 그가 그토록 바랐던 순간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지키고 싶었던 건 네가 아니야. 너는 사랑했던 것들을 잃는 게 두려웠던 거야.”

서릿결은 한길수의 말을 들으며 그토록 억눌러 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에서는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고, 성소의 얼음은 그 눈물의 힘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공기가 따뜻해지자 주변의 얼음 괴수들도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고 차가운 빛을 잃었다.

그 순간, 찬서리가 다가와 서릿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원은 네가 그저 수호자가 아닌,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존재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었어. 이제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거야.”

서릿결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는 서툴지만 확실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성소의 중심에 서 있던 한길수의 마음을 울렸다. 하늘이 갑자기 열리고 강철처럼 견고한 무지개가 걸쳐졌다. 무지개는 태양의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며 고원 전체에 퍼졌다.

고원의 바람은 그 순간, 차가움 대신 따스한 온기를 담고 불어왔다. 얼음의 장벽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대지를 적셨고,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찬서리는 드디어 고원의 자유로운 바람으로 돌아갔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고원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거야.”

한길수는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드디어 성소의 비밀과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다. 그의 앞에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갈 길이 열려 있었다. 서릿결은 옆에서 그를 바라보며 다가왔다.

“네가 나에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주었어. 고맙다.” 서릿결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한길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진정한 웃음을 찾았으니, 이 고원도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겠지.”
 
 

7장: 최종 시련과 강철 무지개
고원은 무지개의 빛 아래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얼음으로 뒤덮였던 봉우리들이 녹아내리며 푸른빛이 스며들었고, 차가운 바람은 따스한 바람으로 변해 대지를 어루만졌다. 성소의 중심에서 푸른 문양은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며 성스러운 빛을 대지에 전했다. 한길수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릿결은 한길수의 곁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부드럽게 변했고, 마침내 차가운 고원의 수호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되찾은 얼굴이었다. “고원은 다시 생명을 찾을 것이다. 네 덕분에,” 그는 말했다.

찬서리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어 한길수의 주위를 맴돌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의 모습은 눈부신 바람의 실루엣으로 드러났고, 빛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고원은 잊혀진 과거가 아닌,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어.”

한길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이룬 것의 의미를 되새겼다. 모험을 시작할 때는 단순히 자기만의 이유로 고원에 발을 들였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과 함께 이겨낸 시련이 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찬서리의 바람 속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길수는 그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더 큰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하지만 이곳을 잊지 않을 거야.”

서릿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길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 이곳은 이제 너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니까.”

그들은 손을 맞잡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강철 무지개 아래에서, 고원은 새롭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한길수는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웃음과 용기를 안고 성소의 문턱을 넘어 더 큰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늘에는 무지개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바람은 그를 앞으로 밀어주며 속삭였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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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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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이육사, <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