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추야일경>
원문:
<추야일경>
닭이 두 홰나 울었는데
안방 큰방은 홰즛하니 당등을하고
인간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여있어서들
오가리며 석박디를 썰고
생강에 파에 청각에 마눌을 다지고
시래기를 삶는 훈훈한 방안에는
양염 내음새가 싱싱도하다
밖에는 어데서 물새가 우는데
토방에선 햇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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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변환 시도:
<추야일경>
닭이 두 번쯤 울었는데
안방과 큰방은 환하게 밝혀져 있고
사람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어 있으면서
오이를 썰고 무를 깎으며
생강, 파, 청각, 마늘을 다지고
시래기를 삶는 훈훈한 방안에는
양념 냄새가 싱그럽게 퍼진다
밖에는 어디선가 물새가 우는데
토방에서는 갓 만든 콩두부가 고요히 숨을 죽이고 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
백석(白石, 본명: 백기연,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대표적인 한국 현대 시인입니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1935년 시 <정주성>으로 등단했고, 시집 『사슴』을 통해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릴 만큼 동시대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도 친일시를 쓰지 않았고, 해방 이후 고향에 남아 북한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백석의 시는 고향의 풍경, 민족적 정서, 서민의 삶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89.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
<추야일경(秋夜一景)>은 1938년 발표된 시로, 제목은 ‘가을밤의 한 풍경’이라는 뜻입니다. 시는 닭이 두 번 울고, 가족들이 밤새 김장 준비를 하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새벽의 모습을 그립니다. 사람들은 석박지(섞박지)를 썰고, 생강·파·청각·마늘을 다지며, 시래기를 삶는 방안에는 온기가 가득합니다. 밖에서는 물새가 울고, 토방에서는 햇콩두부가 고요히 굳어갑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백석은 고향집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생명력과 가족애, 공동체의 온기를 시에 담았습니다35.
작품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이 시의 마지막 구절 ‘토방에선 햇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는 두부가 응고되는 과정을 생명체의 숨이 멎는 듯한 표현으로 그려, 사물에도 생명성을 부여하는 백석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숨이 들어갔다’는 표현은 두부가 굳어지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쓰는 평안도 방언에서 온 것으로, 고향의 정취와 가족의 정을 한층 더 깊이 느끼게 합니다3.
영향력 분석
이 작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추야일경>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잊혀진 가족의 온기, 공동체의 정, 계절의 흐름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줍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생명의 숨결과 연대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 작품에게 영향을 받은 분야
- 현대 한국 시에서 ‘향토성’과 ‘서민적 삶’의 재발견
- 방언과 토속어를 시어로 적극 활용하는 경향
- 가족과 공동체의 일상적 풍경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흐름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선정 및 답변 제공
Q) ‘토방에선 햇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는 구절은 무슨 의미인가요?
A) 두부가 막 만들어져 따뜻하게 식으면서 응고되는 과정을 ‘숨이 들어간다’고 표현한 것으로, 생명이 깃든 듯한 두부의 변화를 시적으로 그린 구절입니다. 이는 사물에도 생명과 정이 깃들어 있다는 백석의 시적 감수성을 보여줍니다3.
용어 및 배경 설명
- 홰: 새벽에 닭이 올라앉아 우는 차례를 세는 단위. ‘닭이 두 홰나 울었는데’는 새벽이 깊어가는 시점을 의미함5.
- 홰즛하니: ‘호젓하니’와 비슷한 어감으로, 조용하고 은은하게 등불이 켜진 상태를 뜻함5.
- 당등(長燈): 밤새도록 켜두는 긴 등불, 평안도 방언5.
- 인간: 평안도 방언으로 ‘식구’, 가족을 의미함5.
- 석박디(섞박지): 배추, 무, 오이 등을 절여 젓국을 쳐서 익힌 김치의 한 종류5.
- 마눌: 마늘의 방언5.
- 토방: 마루 앞에 있는 흙으로 된 공간(현관 비슷한 곳)으로, 시골집의 특징적인 구조3.
- 햇콩두부: 그 해에 수확한 콩으로 만든 두부, 신선함과 계절감을 상징함.
- 숨이 들어갔다: 두부가 굳어지며 응고되는 현상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로, 생명력의 순환을 은유함3.
시 제목의 의미 및 설명
- 추야일경(秋夜一景)
- 秋(가을 추): 가을
- 夜(밤 야): 밤
- 一(한 일): 하나
- 景(경치 경): 풍경
→ ‘가을밤의 한 풍경’이라는 뜻으로, 계절의 깊이와 일상의 소박한 장면을 담고 있음.
#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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