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Literature)/시 (Poem)

Poem) 이병기, <난초>

sosohantry 2024. 10. 17. 22:15

<난초>

 

1

한손에 책을 들고 조오다 선뜻깨니

드는 볕 비껴 가고 서늘 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 닢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꺽이는 양을 참아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츰 볕이 발틈에 비쳐 들고

난초 향긔는 물밀듯이 밀어 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참아 어찌 뜨리아

 

 

3

오날도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든 난초 다시 한대 피어나며

고적한 나의 마음을 저기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어 책을 앞에 놓아 두고

장장히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긋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난초의 향기 속 아침의 고요

  

#ref.:

<문장>3호, 1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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