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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빛을 드리블하다

sosohantry 2024. 12. 17. 22:49

<빛을 드리블하다>

 

1장: 낡은 교회와 부서진 꿈

낡은 교회의 지붕 위로 노을이 어스름히 내렸다. 금이 간 예배당 창문으로 빛이 스며들며 긴 복도를 오랜 세월처럼 비췄다. 교회의 관리인 이준혁은 묵묵히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닳아빠진 빗자루, 그의 눈에는 감정 없는 무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소리가 있었다.

“탁, 탁, 탁…”

어디선가 농구공이 튕겨지는 소리였다.

준혁의 손이 멈췄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교회 뒤편으로 걸어 나갔다. 낡고 버려진 농구장. 과거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작은 키에 불규칙한 움직임. 그녀는 농구공을 힘껏 튕겼지만 공은 금세 삐딱하게 굴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눈빛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반짝였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낯선 목소리에 소녀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누구세요?”

“여기 관리인이다. 이 농구장 쓰레기통 아니거든?” 준혁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소녀는 공을 꼭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그냥 여기서 연습 좀 하려고요.”

“농구?”

준혁의 시선이 소녀의 공을 스쳤다. 그 농구공은 오래되어 바람도 빠지고 표면도 헤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주워온 공처럼 보였다.

“너, 농구는 제대로 해 본 적이나 있어?”

“아직… 아니요. 하지만 하고 싶어요.”

그 순간, 준혁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이 스쳐 갔다. 환호성, 농구공이 네트에 꽂히던 소리, 그리고… 그날의 부상.

“집에 가라. 이딴 농구장에선 배울 게 없어.”

소녀는 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요? 아저씨도 농구 잘하잖아요. 제가 봐도 그래요.”

“너나 잘해.”

준혁은 휙 돌아서서 교회 안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문을 닫을 때까지도 공을 튕기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과거의 준혁이 돌아온 듯했다.


2장: 빛과 어둠의 경계

“윤하라는 이름이더군.”

다음 날, 마이클 신부가 차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준혁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어제 그 소녀요?”

“그래. 농구를 좋아하는데 사정이 좋지 않은 아이야.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병원에 있어. 여기저기서 혼자 버티고 있지.”

준혁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홀짝였다.

“준혁.”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구요.”

“그 아이를 도와주게. 너도 알잖아. 농구가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준혁의 시선이 신부를 향했다.

“전 바꾼 게 없는데요.”

마이클 신부는 조용히 웃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교회 뒷마당의 농구장. 그곳에서 윤하가 여전히 공을 튕기고 있었다. 햇빛은 금이 간 바닥에 얼룩처럼 번지고 있었지만, 윤하의 뒷모습은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준혁, 너도 알잖아. 공을 다시 튀기지 않으면 영영 네가 멈춰버렸다는 걸.”

준혁은 그 말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3장: 윤하의 눈물

그날 오후, 윤하는 여느 때처럼 농구를 연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육복이 아닌 낡은 옷과 닳아빠진 운동화는 그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삐걱거렸다.

“쟤 봐. 운동화 꼬락서니 좀 봐.”
“농구는 무슨, 가난뱅이가 무슨 꿈이 있다고.”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조롱에 윤하는 이를 악물었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공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넘어진 순간 농구공은 멀리 굴러갔고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왜 나한테만 이래…”

그 순간, 누군가 농구공을 주워들었다.

“이봐.”

윤하는 고개를 들었다. 준혁이 서 있었다.

“혼자 울고 있을 거면 집에 가라.”

“…저, 못하겠어요.”

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공을 내밀었다.

“못해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계속 공을 튕기는 거야. 실패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거라고.”

윤하는 그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공을 다시 잡았다.

“네가 나한테 배우고 싶으면 내 말대로 해. 공이 네 손끝에서 벗어날 때까지. 그리고 다시 튀길 때까지.”


4장: 새로 시작된 도전

다음 날부터 준혁은 윤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손목 스냅에 집중해. 중심을 낮추고 드리블해.”

윤하는 매일 뒷마당 농구장에 나와 연습했다. 손바닥엔 굳은살이 잡혔고 무릎엔 멍이 들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준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러나 준혁도 깨닫고 있었다. 그녀가 공을 튕길 때마다, 자신 또한 과거의 그림자에서 한 발짝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5장: 윤하의 시련

윤하의 손목은 멍이 가득했고, 공을 튕길 때마다 피로한 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준혁의 가르침이 무엇보다도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하지만 멈추는 순간, 진짜 끝이야."

그날도 어김없이 어두운 교회 뒷마당에서 드리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교문 앞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가 그녀를 멈칫하게 했다.

“또 여기 있네, 윤하.”

아이들이었다. 학교에서 그녀를 괴롭히던 무리였다. 그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직도 농구한다고 설치고 있냐? 그만 좀 해라. 쟤네 팀 이번 대회 나간대. 웃기지 않아?”

“그 공으로 뭐 하겠다는 건데? 쓰레기나 다름없는 농구장에 주워온 공. 딱 네 신세네.”

윤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손가락 끝이 떨렸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증명하듯 공을 다시 튕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아이들의 조롱은 그녀를 더욱 가슴 깊이 찌르고 들어왔지만, 드리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아이들 중 하나가 뛰어나와 윤하의 손에서 공을 뺏어버렸다.

“그만하라니까?”

“공… 돌려줘.” 윤하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단했다.

“이런 공, 가질 필요 없어!”

공은 번쩍 날아가며 교회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굴러 멈췄다. 윤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하지만 그때, 또 한 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교회 문이 열리며 이준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냥 장난이었어요.” 아이들은 말끝을 흐리며 도망치듯 사라졌다.

준혁은 한숨을 내쉬며 멈춰버린 농구공을 주워 윤하에게 건넸다.

“괜찮아?”

윤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공을 꼭 안았다.

“전… 그냥 농구하고 싶었어요. 근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세상은 너에게 실패할 이유를 던져줄 거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돼. 공은 항상 돌아올 수 있으니까.”

윤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 다시 공을 바닥에 튕겼다.

“끝까지 해볼 거예요.”

그 순간, 준혁은 마치 오래전의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농구장에는 기울어진 골대와 금이 간 바닥이 있었지만, 윤하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농구장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6장: 대회 준비와 과거의 그림자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윤하와 아이들은 교회 농구장에서 매일 같이 훈련을 이어갔다.

“다리 힘을 써서 뛰어! 패스를 더 빠르게 해!”

준혁은 여전히 거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쳤지만, 그 속에는 전에 없던 열정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자, 윤하! 네 턴이야!”

윤하는 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나 때문에 안 될 것 같아요. 다들 열심히 하는데…”

“됐어.” 준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골대에 들어가든 말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끝까지 던졌다는 거야.”

그러나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준혁의 마음에는 또다시 오래된 그림자가 밀려들었다.

그날 밤, 교회 창고에서 그는 농구화를 꺼내 들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그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코트에 섰던 날 이후로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것이었다.

“넌 끝났어. 다시는 뛸 수 없을 거야.”

과거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드리블 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윤하였다. 어둠 속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장: 십자가를 넘어

대회 날이 밝았다. 작은 체육관에는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비웃음으로,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하의 팀은 작고 약해 보였지만, 그들 눈빛만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경기 초반, 상대 팀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점수를 쌓았다. 윤하는 패스를 받고 드리블을 했지만 수비수에게 막혀 넘어지기 일쑤였다.

“다들 정신 차려!” 준혁은 크게 외쳤다. “끝까지 뛰어!”

경기 막판, 점수 차는 컸지만 윤하는 마지막으로 공을 잡았다. 상대의 압박 수비가 밀려왔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공을 믿어. 끝까지 던져.” 준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 울렸다.

윤하는 중심을 잡고 슛을 던졌다. 공은 높게 날아올랐다. 모든 소리가 멈춘 듯 체육관은 숨죽였다.

탁-!

공이 네트에 빨려 들어갔다.

순간 체육관이 들썩였다. 점수는 역전되지 않았지만 관중들은 아이들의 포기에 대한 저항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준혁은 윤하의 어깨를 다독였다.

“잘했어.”

“졌잖아요.”

“네가 끝까지 해낸 게 중요해.”

그날, 준혁은 비로소 알았다.

‘농구는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하는 것이다.’


8장: 새로운 시작

몇 달 후, 교회 뒷마당의 농구장은 새 단장을 마쳤다. 네트가 걸리고 골대가 바로 세워졌다.

“자, 오늘부터 제대로 훈련 시작이다!”

준혁은 아이들에게 외쳤다. 윤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팀원들을 이끌었다.

마이클 신부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기도했다.

“이곳에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뿌려졌군.”

준혁은 농구공을 튕기며 웃었다.

“이제야 진짜 시작이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고, 농구공이 튀는 소리가 하늘 높이 퍼져나갔다.

 

“십자가를 넘어, 새로운 코트를 향해.”

 

 

끝.

 


빛을 드리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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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Poem-윤동주-십자가

 

Poem) 윤동주, <십자가>

쫓아오든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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