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Writing) 188

Short story) 빛을 그린 너에게

신사동의 가을은 유독 맑고 청명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이 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혜리는 카페 창가에 앉아 그런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돌려 다시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은 이곳, 그녀가 자주 찾는 신사동의 작은 카페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수정한 끝에도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 혼잣말처럼 뱉은 말에 커피잔이 떨려 작은 소리를 냈다. 손에 쥐었던 스타일러스 펜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또 무슨 고민 중이야?” 익숙한 그 목소리. 혜리는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박서진, 일명 ‘신사동호랭이’라 불리는 음악 프로..

Short story) Anatomy of Lies

1. Prologue - The Beginning of DoubtI was running laps alone on the dark practice field. The cold wind tugged at my collar, but I didn’t stop. My mind was spinning in a hundred different directions. Every time the word "trade rumors" crossed my thoughts, my chest tightened. I knew what people were whispering behind my back. "Eric’s done after this season." "He better start packing for another te..

Short story) 세이 마이 네임

1. 마음의 호수서울예대 연기과에서 지윤은 늘 혼란 속에 있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는 거울을 보는 듯했다. 그 속의 나는 연기가 아니라 내 자신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매번 대사를 외칠 때마다 목소리는 깊이를 잃고, 감정은 얕아졌다.“지윤, 넌 여전히 감정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너의 연기 속에 너 자신이 보이지 않아.” 민우 교수의 목소리는 늘 냉정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마치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갇혀버렸다.'세이 마이 네임'이라는 연극에서 나는 주연을 맡아야만 했다. 그 역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였고, 그 무대에서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왜 나는 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

Short story)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다시 강가에 나와 있다. 이곳은 내게 언제나 쉼을 주는 공간이었다. 차가운 도심의 분주함 속에서, 이 강물만큼은 나에게 고요한 위안을 준다. 오늘도 나는 물결을 따라 흐르는 내 마음을 바라본다. 강물처럼 내 마음에도 끝없이 무언가가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2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강물은 똑같이 흐르지만,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회상 – 꿈과 현실의 충돌대학 시절,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했고, 그 길을 가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내가 언젠가 이름난 작가가 될 것이라 기대했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 세상과..

Short story) Until the Peonies Bloom

Honestly, I thought this spring would be just like last year. I’d come home from school, pick up my guitar, and spend hours mindlessly practicing chords or scrolling through YouTube videos. But when May rolled around, everything started to feel... off. Or maybe I knew all along. Unless something changed, living like this wouldn’t mean anything. That day was unbearably hot. The peonies in the par..

Short story) 히든페이스의 비밀

나는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내가 무슨 이유로 숲을 걷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능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으니까. 모의고사가 끝난 후 며칠 동안은 숨이 막힐 듯한 압박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왜 이토록 평범할까? 왜 특별하지 못할까?** 같은 고민이 매일같이 머리를 짓눌렀다. 오늘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생각에 숲으로 나왔다. 익숙한 산책로를 걸으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랐지만, 기분은 한층 더 무거워질 뿐이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걷던 길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크게 울려 퍼졌고, 나무들 사이로 어둠이 짙어졌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

Short story) When That Day Comes

I’ve always been the quiet one. I didn’t really care what people thought of me. Every morning, I’d look in the mirror, see my brown, messy hair, and think, "What’s going to be different today?" The answer was always the same: "Nothing."That day didn’t seem any different either. I slung my backpack over my shoulder and headed to school. It was fall, and the leaves had turned a brilliant red, but ..

Short story) 종로의 요리사

서울의 겨울은 잔인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찌를 듯 날카롭게 불어오고, 그 얼어붙은 공기는 마치 내가 사는 이 시대의 고통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같았다. 종로 한복판에 자리 잡은 내 작은 식당 '대정식당'. 이름은 거창하지만, 내 마음은 결코 이 식당을 사랑할 수 없었다. 내가 요리를 내놓는 사람들은 조선의 땅을 짓밟는 자들이었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일본 관리들이 들어섰다. 그들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거만하고, 그들이 나를 볼 때마다 눈에는 그 특유의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나는 익숙하게 허리를 굽혔다. 속으로는 삼켜야 할 말들이 줄줄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침묵이 나를 보호해줄 유일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 침묵의 뒤엔 다른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저..

Short story) The Hunt for the Undervalued Stock

Tyler sat in the back of his high school economics class, tapping his pencil against his notebook. His friends were all half-asleep, but Tyler’s mind was racing. He wasn’t thinking about what to get for lunch or which game to watch after school. He was thinking about stocks. Specifically, undervalued stocks—those forgotten gems just waiting for someone smart enough to pick them up.The teacher dr..

Short story) 저가 매수 대상을 찾아라 - 내 인생의 첫 투자, 그리고 마지막 야구 경기

오늘도 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권사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화면 속 숫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투자는커녕 돈 관리도 제대로 못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은 평범한 주말이었다. 친구 영호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야, 민수야! 오늘 저녁에 LG랑 삼성 경기 보러 갈래?" 솔직히 야구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가자. 근데 난 야구 룰도 잘 모르는데..." "괜찮아! 내가 다 설명해줄게. 그리고 야구장 분위기는 진짜 끝내준다고!" 야구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