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의 별>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손을 얹고, 그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는 게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버린 시간이었다. 밖은 겨울의 깊은 밤. 별들이 물먹은 보석처럼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밤은, 내 마음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유리창에 흐릿하게 입김을 불었다. 잠시 뿌옇게 변한 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흐릿하게 어른거렸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들. 이 작은 별들조차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가 사라졌던 것처럼. 아니, 정확히는 떠나간 것처럼.
“괜찮아,” 나는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나를 떠나기 전, 내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었다. 언제나 괜찮다고 말했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다. 어리석었던 나. 그때의 나는 그의 표정에 비친 무거움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더는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늘 괜찮다며 웃어넘기곤 했다.
그러나, 괜찮지 않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아니, 어쩌면 그때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진실을 직면하는 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그를 보내고서야 괜찮지 않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손을 올리며, 여전히 그리움이 가슴을 조여오는 밤이면 더더욱 그랬다.
내 손끝에 남은 온기가 유리창을 닦아내고, 그 아래로 드러난 별빛이 차갑게 눈에 들어왔다. 손등으로 한 번, 또 한 번 창을 닦았다. 하지만 내 손이 아무리 움직여도,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움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를 가둬두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한 채로. 어두운 밤, 그 속에 갇혀 있었던 건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와의 마지막 밤이 떠올랐다. 그날도 이렇게 별이 떠 있었을까? 그는 내게 물었다. "정말 괜찮아?"
나는 대답했다. "응, 괜찮아."
하지만 그 순간 내가 그를 잃게 될 줄은 몰랐다. 그가 나를 떠난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계속 괜찮다고만 말했기 때문이다.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땐 그걸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 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결국 우리 사이의 단절을 만들었다.
그가 떠난 뒤, 나는 늘 유리창을 닦으며 그리움과 마주했다. 마치 유리창을 통해 그에게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손은 그리움을 닦아낼 수 없었고, 별처럼 반짝이던 우리의 기억도 그렇게 빛을 잃었다. 그가 떠난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겼지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한 채였다.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내 마음 한구석에 남겨진 폐혈관처럼, 그리움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가 떠난 뒤로, 나는 더 외로워졌다. 그리움은 그 자체로 나를 가두는 벽이 되었다. 나는 그 벽 앞에서 무력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 유리창 너머의 별이 유난히 더 흐릿하게 보였다. 손으로 닦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처럼, 별들도 사라지지 않고 나를 응시하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유리창을 더 닦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무리 지워도, 내 마음속에 새겨진 그리움은 닦여지지 않을 테니까. 그는 나에게서 멀리 날아갔다. 마치 산새처럼,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제는 괜찮을지도 몰라.”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말이 진심일까, 아니면 또다시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일까. 그 대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더는 창을 닦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떠나갔다. 나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움 속에 머무르지 않고, 그리움을 내 안에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유리창 너머의 별들이 더 이상 흐려지지 않도록,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서라도 나는 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나는 창문을 닫았다. 밤은 깊었고,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것이 나를 덜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리움과 함께 숨을 쉬며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리움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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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Poem-%EC%A0%95%EC%A7%80%EC%9A%A9-%EC%9C%A0%EB%A6%AC%EC%B0%BD1
Poem) 정지용, <유리창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물 먹은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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