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서막 - 떠나는 수미 "아, 진짜 미치겠네." 수미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걸려온 전화는 회사 동료였다.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떠난다는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였지만, 귀에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다. "수미야,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그래도 우리 회사가..." "아니, 전 정말 괜찮아요. 오히려 지금이 제일 좋네요." 마지막 통화를 끝내고 수미는 어깨에 걸친 낡은 배낭을 고쳐 맸다. 이 배낭은 대학생 때 산 것으로, 지난 10년간 옷장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방송이 울려 퍼졌다. "남도행 버스 곧 출발합니다." 창가에 기대앉은 수미는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다들 미쳤다고 했다. 연봉 좋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남도의 시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