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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그리움의 길에서 만난 카드의 신

1장: 그리움 속 방황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주인공은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었다. 이 숲은 다들 잊으려 했던 기억과 후회를 마치 잡동사니처럼 쌓아둔 곳 같았다.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집에서 라면이나 끓일 걸.” 그는 중얼거리며 바닥에 쌓인 낙엽을 밟았다. 낙엽들이 어이없다는 듯 ‘바삭’하고 울었다.머리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지나가며 쏘아보듯 울었다. “아니, 너도 나 비웃는 거야?” 주인공은 까마귀를 향해 소리쳤지만, 새는 답할 리 없었다. 숲은 여전히 어둡고 길은 여전히 헷갈렸다.강가에 다다르자 석양이 강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물결은 그의 눈에 비쳐 마치 ‘어, 또 왔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정말이지, 언제쯤 이 멜로드라마가 끝..

Poem) 김소월, <가는 길>

그립다말을 할까하니 그리워그냥 갈까그래도다시 더 한 번......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지저귑니다.앞강(江)물 뒷강(江)물,흐르는 물은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지고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link: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그리움의-길에서-만난-카드의-신 Short story) 그리움의 길에서 만난 카드의 신1장: 그리움 속 방황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주인공은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었다. 이 숲은 다들 잊으려 했던 기억과 후회를 마치 잡동사니처럼 쌓아둔 곳 같았다. “여기 오sosohantry.tistory.com     #ref.:1923년 10월 《개벽》에 발표 https://ko.wikiso..

Short story) 초혼의 메아리

#1장: 검색창의 메아리 (서울 네이버 본사) 2030년의 서울은 현실과 디지털이 경계를 넘나드는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푸른 홀로그램 광고들이 떠오르고, 자율주행 자동차는 바쁜 도시 속에서 조용히 사람들을 실어나르며 흐르고 있었다. 이곳, 네이버 본사 사옥은 미래의 심장부였다. 최첨단 양자 AI 연구의 중심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기도 했다. 윤하는 본사 30층 연구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창문 밖으로는 번쩍이는 도시의 불빛이 펼쳐졌지만, 그녀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돼 있었다. 오늘은 현우의 실종 5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오래된 상처가 다시 덧나는 듯 아팠다. 윤하는 손가락을 움직여, 검색창에 '현우'라는 이름을 타이핑했다. 키보드의 소리는..

Poem) 김소월,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perspectives## 시대적 배경 이 시는 일제강점기에 쓰여졌습니다.## 당시 한국인의 관점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개인적 슬픔의 표현 - 일제 강점기 하에서 잃어버린 ..

Short story) 입동의 빈대떡과 남대문 시인들

**1. 잃어버린 일상** 코로나는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삶을 휘어잡았다. 그 시절, 서울의 거리는 생기를 잃고 정적에 잠겼다. 강민호는 여느 날처럼 출근하려 했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아침마다 붐비던 지하철이 한산해지고, 회사는 텅 빈 공간이 되어갔다. 화면 속 동료들의 얼굴은 무감각하게 보였고, 점심시간의 수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일상이 단절되고 고립된 그 느낌은, 마치 서울이라는 큰 도시가 멈춰버린 듯했다. 그 시절, 정미숙은 남대문시장의 포장마차를 여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텅 빈 시장, 손님 없는 포장마차. 매일 아침 고소한 빈대떡을 부쳐도 그것을 먹을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미숙은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 특히 대학에 갈 아들을 생각..

Poem)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link: 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입동의-빈대떡과-남대문-시인들 Short story) 입동의 빈대떡과 남대문 시인들**1. 잃어버린 일상** 코로나는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삶을 휘어잡았다. 그 시절, 서울의 거리는 생기를 잃고 정적에 잠겼다. 강민호는 여느 날..

Short story) 벽 너머의 저항

### 1. 억압의 시작 **1920년대 미국 - 리안의 이야기** 리안은 미국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흑인 청년입니다. 차별은 그의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는 공장 안에서도 백인 감독관과 동료들로부터 경멸의 시선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습니다. “넌 흑인이잖아. 그러니 네 자리를 알도록 해.” 감독관의 냉담한 말은 그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매일 아침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왜 이 차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그 물음은 점차 그에게 분노로 쌓여가고, 자신의 삶에 대한 무력함과 불안이 겹쳐집니다. 리안은 주변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는 흑인들을 보며, 그들과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많은 ..

Short story) 도시의 아침, 해를 찾아서

#### 1. 도시 속 회색빛 아침 또다시 알람 소리가 울린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알람을 끄려다가 허공을 휘저었다. 스마트폰이 자리를 옮겼나? 아, 어제 배달 음식을 주문하다가 침대 맨 끝으로 밀려났던 게 기억났다. 결국 온몸을 비틀어 간신히 알람을 껐다. 이런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이제 일상이다. 삼십이 층. 내가 사는 곳은 도시의 숫자 중 하나일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32'를 누르면서 문득 생각한다. 이 숫자가 내 나이와 같아질 때까지 여기 살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3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을 본다.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에서도 도시의 색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회색빛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모든 옷이 무채색이다. 검정, 회색, 흰색… 마치 도시가..

Poem) 박두진,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

Short story) 별빛 아래, 나빌레라 – 다채로운 승무의 해탈

### 1. 프롤로그: 고뇌의 막이 오르다 어스름이 깔린 늦은 오후, 지우는 텅 빈 연습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커다란 거울에는 그동안 수많은 연습과 공연으로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에는 강한 이목구비가 빛나고 있었고, 몸은 무수한 반복 연습으로 단련된 긴장감과 유연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현대무용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곧바로 이름난 무용단에 스카우트되어 주역을 맡았다. 수많은 공연에서 찬사를 받으며 관객의 열광 속에 섰지만, 그의 내면에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갈채와 환호 속에서도 어쩐지 무언가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춤일까?” 지우는 거울 속 자..

Poem) 조지훈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perspectives조지훈의 시 "승무"는 한국 현대시의 대표작 중 ..

Short story) 마지막 인사

## 1. 형님과의 마지막 인사 장례식장은 회색빛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인공은 형님의 차가워진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문객들의 흐느끼는 소리와 달리, 주인공의 눈에는 눈물 대신 공허함만이 고여 있었다. 형님은 늘 강인했고, 어려운 순간에도 긍정적인 말로 주인공을 다독였던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은 마치 갑작스러운 폭풍우처럼 주인공의 삶을 뒤흔들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나오는 길, 주인공은 형님이 늘 좋아하던 다저스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 모자는 형님과 함께 수많은 경기장에서 나눴던 추억의 증표였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조의금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고,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형님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 2. 공허한 일상 ..

Poem) 박목월, <하관>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link: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마지막-인사 Short story) 마지막 인사## 1. 형님과의 마지막 인사 장례식장은 회색빛 ..

Short story) 봄이 지나가고, 우리는

## 1. 사진관에 찾아온 봄 늦은 봄날의 오후, 작은 소도시의 골목길에 자리 잡은 오래된 사진관에 은하가 발걸음을 멈춥니다. 낡은 간판과 창가에 진열된 흑백사진들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은하는 여행 중에 우연히 발견한 이 공간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낍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과 현상액 냄새, 그리고 벽면 가득한 흑백사진들 사이에서 조용히 작업 중이던 지우와 마주칩니다.  지우는 처음 본 은하의 모습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오래된 필름 카메라가 눈에 띄었고, 자연스럽게 사진에 관한 대화가 시작됩니다. 은하는 자신이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고, 지우는 그녀의 시선이 담긴 프레임들에 감탄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믿기 힘든 깊이 있는 대화가 ..

Poem) 박목월,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link: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남도의-길을-걷는-나그네-수미 Short story) 남도의 길을 걷는 나그네, 수미# 1장: 서막 - 떠나는 수미 "아, 진짜 미치겠네."  수미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걸려온 전화는 회사 동료였다.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떠난다는 그녀를sosohantry.tistory.com    #ref.:https://namu.wiki/w/%EB%82%98%EA%B7%B8%EB%84%A4(%EB%B0%95%EB%AA%A9%EC%9B%..

Short story) 남도의 길을 걷는 나그네, 수미

# 1장: 서막 - 떠나는 수미 "아, 진짜 미치겠네."  수미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걸려온 전화는 회사 동료였다.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떠난다는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였지만, 귀에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다. "수미야,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그래도 우리 회사가..." "아니, 전 정말 괜찮아요. 오히려 지금이 제일 좋네요." 마지막 통화를 끝내고 수미는 어깨에 걸친 낡은 배낭을 고쳐 맸다. 이 배낭은 대학생 때 산 것으로, 지난 10년간 옷장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방송이 울려 퍼졌다. "남도행 버스 곧 출발합니다." 창가에 기대앉은 수미는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다들 미쳤다고 했다. 연봉 좋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남도의 시골길..

Short story) 가을의 기도

1.가을의 첫 기도퇴근길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정현은 낙엽이 쌓인 벤치에 앉아 깊어가는 저녁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은 아직 차갑지 않았지만, 여름의 끝자락이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정현의 입술 사이로 작은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기도라기보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유리와 헤어진 지 육 개월,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그때의 계절로 돌아왔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가을이 오고, 그녀와의 추억이 가득했던 이 계절을 마주하자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다. 벤치 옆으로 노란 은행잎 하나가 떨어졌다. 정현은 그 잎을 주워들었다. 작년 ..

Poem) 김현승,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link: 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가을의-기도  Short story) 가을의 기도1.가을의 첫 기도퇴근길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정현은 낙엽이 쌓인 벤치에 앉아 깊어가는 저녁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의 뺨을 sosohant..

Short story) 푸른 달빛 아래, 맨시티 팬 루크의 여정

## 1장: 달빛 아래의 경기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밤은 고요했다. 푸른 달빛이 텅 빈 경기장을 비추는 가운데, 한 남자가 울타리 너머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크. 목에 걸린 하늘색 맨시티 머플러가 차가운 밤바람에 나부꼈다. "이런 때 보안요원이라도 마주치면 대형사고겠는데..." 루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한밤중에 경기장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스러워 보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 시간, 이 장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다. 경기장의 푸른 잔디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마치 바다처럼 잔잔히 물결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루크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티켓 한 장을 꺼내들었다. 20년도 더 된 티켓이었지만, 그는 이 티켓을 늘 지갑 속에 간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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